포도밭

가지 치는 사람이 홈을 따라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겨가면서 포도원의 구조에 맞도록 구역과 길이와 가지에 표시를 합니다. 그러면 농부가 그 뒤를 따라가면서 표시를 보고 그루를 절단하고 손질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비가 오는 것보다 추운 것이 차라리 더 낫습니다. 전정작업은 발걸음으로 길이를 재가면서 이루어지는 개인 노동입니다. 농부는 잎이 다 떨어져 거칠기 짝이 없는 포도나무들 틈바구니에서 온종일 작업을 합니다.
잘라낸 포도그루들은, 팔을 휘두르며 붙잡혀나오는 호수 괴물처럼 길이가 짧고 메마른 두 개의 가지에 의해 끌려 T자형 틀에 모이게 됩니다.

빈사 직전의 환자와도 같은 처지의 딱딱한 그루 껍질 속에서는 이미 포도나무의 눈이 형태를 갖춘 채 껍질을 뚫고 나올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사실 포도나무로서는 농부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포도나무는 넘치는 에너지로 싹눈을 만들어내고, 싹눈들은 그대로두면 제멋대로 뻗어나가 설치된 구조물을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필요없는 순을 자르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삐죽 나와있는 눈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농부는 밑둥을 측정해가면서 작은 낫으로 이 눈들을 잘라냅니다.